식꿈이의 내 집 마련기/내 집 마련기

내집마련 기록 1. "근저당의 악몽, 다가구 주택의 전세 살이"

식꿈 2020. 11. 22. 22:47

안녕하세요. 트렌드를 모아보는 식꿈이입니다.

2021년이 되면 저도 기나긴 전세난민의 삶을 정리하고 자가를 마련하게 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조금만 더 빠르게 공부하고 조금만 더 빠르게 결단을 내릴걸!

이라는 생각이 압도적이지만 ‘가장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말도 있죠.

 

앞으로 짬을 내어 주택 구입을 결정하기까지

제가 가지고 있었던 의식의 흐름을 글로 옮겨

티스토리 블로그에 흔적을 남겨두고자 합니다.

 

잘한 선택인지 혹은 성급한 판단이었는지는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났을 때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간의 제 고민의 흔적을 함께 보면 여러모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그 첫 번째 흔적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1. 경기도로 올라오다.

몇 년전, 저는 취업을 계기로 가족의 품을 떠나

낯선 경기도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어요.

그 전에도 저는 부모님의 선택으로

서울에서 경상도로 이동하기도 했었지만 경기도는 처음이었어요.

어렸을 적 서울에서 간간히 교외로 놀러다니던 기억이 많았으나,

그 때의 경기도와 제가 알던 경기도는 많이 달랐어요.

 

어렸을 적 제 기억의 경기도는 삼림이 무성하고,

풀냄새가 가득한 ‘시골’의 이미지가 강했더랬죠.

지금처럼 곳곳에 신도시가 생기고,

계획된 넓은 도로, 화려하게 빛나는 빌딩숲으로

가득찬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구도심과 신도시의 느낌 차이는 이색적이었던 것 같네요.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러 어느정도 적응했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끼진 않지만 성인이 되어 처음 만난 경기도의 모습은

마치 엽서 사진처럼 하나의 이미지로 박혀있네요.

특히, 기차를 내린 직후 만난 수원역 광장의 모습이 생생해요.

화려한 듯 보이나 왠지모르게 잿빛이었던 느낌이 선명하네요.

2. 공단 지역 빌라에서 첫 자취를 시작하다.

가진 돈도 많지 않고, 낯선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느라 정신없이 지냈던 시절이었어요.

집을 구할 때도 어떤 것들을 살펴야할지,

또 등기부등본과 같은 서류는 어떤 관점에서 읽어야하는지,

집에 어떤 가구가 있어야 생활이 편리해지는지 등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죠.

 

부랴부랴 급하게 집을 구하다보니,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30년된 벽돌 건물에 방을 얻게 됩니다.

그 곳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는 1.5룸 빌라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살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당시에는 첫 자취의 시작이었기 때문에 좁고 낡은 집이었어도

나름대로 꾸미며 사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생활에 당장 필요한 가전 제품과 가구들은

근처에 위치한 재활용 센터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했어요.

빌라촌이었기 때문에 재활용 센터가 주변에 3~4곳은 있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책상, 책장, 냉장고, 세탁기 등을 모두 중고로 구입한 셈이라

대략적인 살림살이를 200만원 안쪽으로 마련할 수 있었어요.

낡긴 했지만 성능에는 문제가 없었고,

이 때 구입한 세탁기는 얼마전까지 사용하기도 했답니다.

전신 거울과 빨래 건조대는 아직도 보조용으로 가지고 있기도 하네요.

 

겨울에 자취를 시작했기 때문에,

에어컨은 설치비도 부담이었고 필요성도 느끼지못해 구입하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경기도에서 첫 여름을 맞이했을 때,

그 해는 예년에 비해 너무나도 더워

하이마트나 전자랜드 같은 곳에서도

전시상품까지 모두 동이 나고,

제가 갔던 재활용센터에서도 에어컨 설치 일정이 밀려있기도 했어요.

 

급하게 대야를 구입해 방 한 가운데 두고

수건으로 온 몸을 적셔가며 헉헉거리던 기억이 선명하네요.^^

그 해 여름은 물과 씨름하며 그렇게 보냈고,

 

그 다음해, 저는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8평 기준의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혹독한 여름에 비해 집이 작았기 때문에

겨울의 난방은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조금만 보일러를 가동해도 온 집이 절절끓는 찜질방처럼 금새 데워졌죠.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약속도 많이 없고,

처음 시작한 사회생활에 지쳐 퇴근할 때도

방에 누워 쉬며 힐링을 했던 기억도 나네요.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파스텔톤으로 물들고, 윤색됩니다.

방금까지의 내용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답니다.

 

오래된 다가구 주택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음 문제가 상당했어요.

옆집 어린 아이는 저녁마다 어찌나 눈물을 쏟는지,

다음날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대성통곡을 하며 제 휴식을 방해했죠.

 

또, 서향 집이었기 때문에 늘 어두컴컴한 방에서 출근 준비를 했어야했어요.

퇴근 후에는 이미 해가 지고 있을 시점이거나 진 이후였기 때문에

방에 앉아 햇빛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주말 뿐이었습니다.

 

가장 최악의 단점은 베란다가 따로 없었다는 점이었어요.

처음 부랴부랴 올라오는 과정에서야 베란다의 필요성에 대해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몇 년을 생활하며 제가 겪었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방에 직접적으로 결로가 생긴다는 점,

그리고 끊임없이 벽지에 피어나던 곰팡이!

 

이 곰팡이가 반지층 주택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벽지 사방에 피어나던 기억이 나요.

락스를 물로 희석시켜 수세미로 닦아가며 흰 벽지를 유지하려고 애썼죠.

합지 벽지가 닳아 벽이 보일 것 같은 시점이 되자

집주인 분께 도배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도 하며 끙끙 앓았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첫 집에서 나오게되는 시점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베란다도 없고 곰팡이가 끊임없이 피어나는 집에 누가 세입자로 오려고 하겠어요?

새로운 세입자가 없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다음집으로 이사가는 과정도 상당히 고통스러웠어요.

결국은 신용대출로 먼저 입주한 뒤, 제 가구를 일부 남겨두고 떠나게 되었죠.

그리고 대략 6개월에 걸쳐 소액으로 보증금을 나눠받게 됩니다.

 

저는 나갈 시점이 되어 집주인 분께 퇴거 의사를 밝혔고,

그제서야 등기부등본을 처음으로 열어보게됩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근저당이 잡혀있었던 것도 그제서야 알았고,

자칫잘못하면 소소한 저의 전재산이 다 날아가버릴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바쁜 와중에 꼼꼼하게 알아보지 못하고,자취의 낭만만 생각하며 지내온 시절은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제는 그 집이 없어지고 새로운 신축 빌라가 들어서있던데, 씁쓸하면서도 아련했던 것 같아요.

3. 주거환경에 대한 기준을 세우다.

첫 집을 나오면서, 다음 집을 구할 때에는 반드시 이것만큼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① 무조건 서향은 피한다. 남향이 어렵다면 최소한 동향이라도!

②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간다!

③ 근저당이 없는 집으로 계약한다!

 

그리고 저는 두 가지 목표를 이뤄 다음 집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보증금을 두 배로 뻥튀기해서, 전세로! 아파트로!

하지만 근저당과의 악연은 끝나지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