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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슈퍼리그 출범 이유와 비판

식꿈 2021. 4. 20. 13:34

19일 유럽 명문 구단들이 참여하는 유럽슈퍼리그(ESL)가 리그 출범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유럽축구연맹이 추진하던 챔피언스리그 개편 계획과 맞물려 시작된 슈퍼리그 출범 논의는

올해까지 이어진 코로나19로 각 구단의 재정상황이 악화되었다는 이유로 추진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현재 참가를 결정한 구단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을 비롯하여

유벤투스, AC밀란, 인터밀란(이탈리아),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첼시, 토트넘(잉글랜드) 등입니다.

 

슈퍼리그는 리그 출범에 참여할 창립팀 3곳 이상을 추가로 모집해 최대한 빨리 시즌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리그는 총 20개 팀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창립 구단 12곳과 추가 합류가 예상되는 3개 구단에 더해 매년 5개 구단을 선정합니다.

이들은 8월부터 10개 팀씩 두 그룹으로 나뉘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릅니다.

 

각 그룹 상위 3개 팀은 8강에 진출하며 4위와 5위 팀은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플레이오프를 진행합니다.

이렇게 선정된 8팀은 챔피언스리그와 동일한 방식으로 토너먼트 대회를 치러 우승팀을 뽑게 됩니다.

 

이번 슈퍼리그 출범 공식화로 인해 유럽은 물론 세계 축구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인데요.

슈퍼리그와 참가팀들은 대회 일정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경쟁할 수 있는 평일에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슈퍼리그 쪽은 이날 리그 출범을 공식화하며 앞으로 창립 클럽은 유럽축국연맹, 국제축구연맹 등과 협력해

새로운 리그와 축구 전체에 최상의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슈퍼리그에 대한 비판


앞서 유럽축구연맹, 유럽 각국 축구협회, 국제축구연맹(FIFA) 등은 유럽슈퍼리그 출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죠.

특히 유럽축구연맹은 구단과 선수들이 슈퍼리그에 참가할 경우

다른 국제대회는 물론 국가대표팀 경기에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슈퍼리그가 만들어지면서 특정 팀 위주로만 돌아가고 기존 리그들이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일각에선 명문 구단들의 슈퍼리그 참가가 경제적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기심에 따른 행동이란 비판도 있습니다.

유럽축구연맹이 챔피언스리그 문턱을 낮추는 등 참가팀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리그 출범에 나섰다는 것인데요.

개리 네빌 전 맨유 주장은 클럽의 이익만을 위한 탐욕스러운 결정이며

최상위권 구단들이 오히려 하부 리그 구단을 도와야 할때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축구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고 공언했으며 윌리엄 왕세손까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다우든 장관은 슈퍼리그 참가 구단들을 제재하는 방안을 조사 중이며

지배구조 개혁부터 경쟁법까지 모든 옵션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죠.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선수 사이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ESL에 참가하기로 한 리버풀 구단 소속 제임스 밀너는

이날 관련 언론 질의에서 ESL 창설이 마음에 들지 않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슈퍼리그 출범 이유


사실 이전에도 슈퍼리그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2000년 축구 산업이 날로 커지며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빅클럽 14개 팀이 모여 G-14를 만든 것이 시작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유, 아약스 등 유럽 명문들이 모인 G-14에서

여러차례 슈퍼리그 창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며 2008년 해체 이후에도 유럽 축구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죠.

빅클럽이 자신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이견은 있지만 슈퍼리그는 빅클럽들의 꿈이었습니다.

현재 ESL의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2009년부터 슈퍼리그 창설을 추진했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반대에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슈퍼리그 창설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질 않았죠.

지난 2018년 풋볼리크스는 독일 슈피겔을 통해 유럽 빅클럽들이 2021년 슈퍼리그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죠.

슈퍼리그는 결국 현실이 되었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발표시점입니다.

UEFA는 20일 새로운 유럽챔피언스리그 개편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개편안엔 기존의 32개팀 체제에서 36개 팀 체제로 늘어나고

빅클럽 입장에선 최대 10경기 이상을 추가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UEFA는 더 큰 수익을 보장해달라는 유럽 클럽 연합(ECA)과의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이같은 내용을 받아들이고 승인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슈퍼리그 출범이 발표된 것입니다.

 

UEFA 입장에선 빅클럽들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유럽챔피언스리그 포맷을 바꿨는데 황당할 수밖에 없죠.

때문에 UEFA가 슈퍼리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빅클럽들이 슈퍼리그를 원하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 빅클럽들은 각국의 축구협회가 인가한 국내리그에서 뛰어야 했습니다.

FA, EPL, UEFA는 이익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빅클럽으로 인해 얻은 수익의 상당부분을 하급리그를 비롯해 풀뿌리 축구에도 투자하게 됩니다.

하지만 빅클럽 입장에선 자신들이 번 수익을 나눠준다는 불만이 생기게 되죠.

결국 폐쇄성이 짙은 북미식 프로스포츠 시스템을 원하며 번 돈을 모두 가져 갈 수 있는 슈퍼리그를 출범하게 된 것이죠.

ESL가 승강제 없이 초대 12개팀에 대한 절대적인 지위를 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유럽 축구계가 입을 모아 슈퍼리그 결사에 반대하는 이유도 역시 이와 같은 사실 때문이겠죠.

 

슈퍼리그 창설은 지난 수백년간 이어온 유럽 스포츠의 근간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일대 사건입니다.